"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눈앞이 막막한 어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두려운 어둠을 본적이 있으세요?
몇 일 전에 "어둠속의 대화"라는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이미 전세계130여 개국에서 감동을 일궈냈다는 이전시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걸어서 옆 사람을 확인하고
길을 확인하고, 흔들다리를 지나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어둠 속의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두려운 건널목을 건너 상점과 시장을 찾아갑니다.
눈으로 보았던 세상을.. 마음으로 보아 눈으로 보았던 것들을 손으로 만져보며..
어둠 속의 세상을 지나 마지막으로 아늑한 카페로 들어가서..
역시 어둠 속에서 건네주는 한잔의 음료를 마시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살아왔는가를 깊이깊이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공간에 있으니깐 우선 귀가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거구나.. 보느라 마음을 빼앗기니 제대로 듣지 못했구나.. 어둠 속에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긴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그것들은 엄청난 축복이고 선물임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공원에 가서 하염없이 앉아있는 것.. 걷는 것..
벤치에 앉아있는 것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날 어둠 속에서 벤치를 찾아가 앉았을 때
나는 도대체 과연 무엇을 보며 살아왔던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눈을 뜨고 벤치에 앉아있을 때는 미처 헤아려보지 못했던
더 많은 풍경과 느낌이 마음을 꽉 채운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나는..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보며 살았던 걸까요..?
왜 그만큼 밖에 못보고 왜 그만큼 밖에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요..?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둠 속에서 너무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해서 그런지..
또 아니면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을 보겠다고 눈을 너무 부릅떠서 그런지..
전시장을 나올 때는 무척 어지러웠습니다.. 모두가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했어요..
당연한 모든 것을 두고 어둠 속을 걸은 그 한 시간의 체험이 우리에게 그런 현기증을 안겨주는데
평생을 막막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현기증과 두려움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요..?
‘어둠속의 대화’는 시각장애를 체험하는 전시회가 아니었습니다..
시각에만 의존하면서 편협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에는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었어요..
두 눈을 뜨고 있으면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고..
보고 듣고 느끼는 축복을 이토록 넘치게 받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깨 닿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을 보았는가.. 삶을 어떻게 느꼈는가..?
신이 그렇게 물으신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어두움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어쩌면 그 질문에 좋은 답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어둠속의 대화' 전시회의 관람평..// 배우 김미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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